제 1장 첫 출전




그해 봄, 브륀 왕국은 2만이 넘는 군세를 이끌고 무오지넬 왕국을 공격했다.

무오지넬은 이를 막기 위해서 국경을 지키는 군을 집결시켜, 국경선을 대신하는 아게스나강 근처의 황야에서, 양군은 대치했다.

이 근처의 공기는 살갗을 태울 정도로 뜨거웠고, 지면은 다 메말라 있었다.

무오지넬이 『맹렬한 더위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게스나강도 거의 말라서, 강바닥에 쌓여있는 붉은 모래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브륀군은 기병 7천, 보병은 1만 6천에 달했다.

한편, 브륀군의 침공을 막으려고 하는 무오지넬군은 기병은 아주 조금 정도뿐이었고, 보병도 6천 정도였다.

전장은 평탄했고, 특별한 장애물도 없다. 대군에게 유리한 지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오지넬군의 얼굴은 절망의 빛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쟁의 신을 상징하는 황금 투구와 검이 그려진 그들의 군기는, 자랑스럽게 펄럭이는 것이 보였다.


"꽤 침착한걸."


브륀군의 전위에 있는 티글은, 그런 적의 모습에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과하게 신경을 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긴장과 불안이 위를 휩쓸고 있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산적을 토벌하는 것은 몇 번이나 경험을 해봤지만, 일국의 군세끼리 부딪치는 전장에 참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타고 있는 말이 코로 소리쳤다.

이 더위가 불쾌한 것일까? 아니면 수백 알신을 사이에 두고 적진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위압감에 겁을 먹은 걸까?

달래듯이 목 근처를 쓰다듬어 주었다.

전위는 소수의 기병과 약 1천의 보병으로 구성되어 있다.

50명의 보병을 이끄는 티글은, 전위를 형성하는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했다.

이 외에 약 2만 2천의 군은 본대로, 5백 아르신(약 5백미터)정도 후방에서 대기 중이었다.


"남들이 싫어하는 역할을 배정받았군요. 젊음이란"


티골의 옆에 서 있는 라파닉이, 빈정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그는 옷 위에 가죽 갑옷을 입고, 머리에는 햇살을 막을 천을 감고, 어깨에는 긴 창을 대고 있었다.

이 전쟁이 시작되기 전, 전위의 병사들은, 총지휘관인 테나르디에 공작으로부터 이하의 명령을 받았다.


『적의 돌격을 받고, 후퇴하며 유인하도록.』


이라며 간단한 듯 말했다. 이것은 티글의 감상이었다.

테나르디에 공의 예상대로 적의 공격을 받는다면, 전위의 병사들은 얼마나 살아남을까?

티글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이 싸움을 위해서 아버지 울스가 모집한 알자스의 영민들이다.

라피낙을 포함한 50명.

이들은 머리에 천을 감고, 가죽 갑옷을 착용하고, 반수는 방패를 가지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긴 창이나 대낫은, 이 전쟁을 위해서 지급한 무기다.

일부로 밝은 목소리로, 티글은 마상에서 웃었다.


"너희들, 몸은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겠어? 만약의 경우에 발이 걸려서 넘어진다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도망쳐버리면 곤란하다고?"

"안심해주세요. 티글님. 우리들은 날마다 상대에게서 도망치는 데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고참 병사 한 명이 가볍게 답하자, 옆에 있던 병사가 즉시 대답했다.


"무슨 말이야. 항상 마지막에는 붙잡혀서, 흠씬 두들겨 맞았잖아."

"알겠어. 부인이 악귀의 모습으로 쫓아온다고 생각하면, 너희들은 죽음도 곧바로 피해서 도망칠 수 있구나. 이번에도 그런 생각으로 부탁해."


익살맞은 듯한 분위기로 티글이 말하자, 병사들은 몸을 흔들며 웃었다.


"티글님이야 말로, 조바심이나 내주세요. 아무튼 알자스를 떠났을 때 두 번 들었던 말이 무훈, 무훈이었으니까요."


병사 한명에게서 반격당해, 티글은 얼버무리듯이 칙칙한 붉은 머리카락을 긁적였다.

얼굴에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내심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현실에서는 무훈을 세우키는 커녕, 버려지는 말로 취급을 받고 있었으니까.

―― 분하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이건 사냥과 같아.

첫 출전이다. 생각대로 성과를 거들 수 있을 리가 없다. 공에 집착하지 말라고, 자신에게 말했다.

이 선량한 군중을 죽이지 않고 알자스로 돌려보내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다.

멀리서 뿔피리 소리가 울렸다.

무오지넬군의 진형에 변화가 생겼다. 무오지넬군이 좌우로 움직이며 전후를 곧바로 관통하려는 듯 네 갈래로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대한 땅울림과 함께, 군의 후방에서부터 거대한 생명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코끼리다.

몸길이 40체트(약 4미터)를 넘어가는 10마리의 코끼리가, 대지를 울리며 무오지넬군의 선두에 섰다.




코끼리들은 머리, 귀, 코를 황금으로 장식한 쇠로 무장하고 있고, 앞다리에는 모피를 입고 있었다.

그들의 등에 앉아있는 코끼리 조련사들이, 갈고리가 달린 몽둥이를 가지고 지시를 내렸다.

갈색의 피부가, 태양 빛을 받아서 반짝였다. 코끼리들이 우렁차게 소리를 내질렀다.

브륀병 사이에서 적지 않은 당황함이 일어났다.

코끼리는, 브륀에 살지 않는다. 반수 이상의 병사가, 처음으로 코끼리를 본 것이다.

회색의 바위를 연상시키는 듯한 그 거대한 육체부터, 큰 귀, 긴 코, 흰 이빨은 경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저게 그 전투 코끼리 부대인 건가."


티글은 이마에 긴장한듯 땀이 흘러내렸다.

3년 전에 한 번이었지만, 티글은 코끼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예를 배운 신기한 코끼리였을 뿐이다.

몸에 걸치고 있는, 그 분위기부터가 전혀 달랐다. 게다가 이 정도 숫자의 코끼리를 본 적도 없다.


"뭐랄까, 묘한 생물이네요. 동화 속의 괴물이라고 해도 전 믿을 것 같습니다만."


라피낙의 흐린 말은, 무의식적으로 티글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확실히 겉보기에는 무섭지만, 괴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겠지. 귀를 펄럭이면서, 저 긴 코로 물건을 줍는 걸 보고 있으면, 미소까지 지어진단 말이지."

"저 긴 게, 코란 말입니까?"

"저걸 뭐라고 생각한 거야. 넌."


말로 하기 어려운 상상이라도 한 걸까, 거리를 벌리고, 라피낙은 화제를 바꿨다.


"그보다, 저런 거랑 어떻게 싸우면 됩니까?"


티글은 전투 코끼리들을 향한, 얼굴을 돌려서 설명해줬다.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은, 셋이야. 첫째, 돌진해 오는 곳을 피하면서, 측면이나 뒤에서 창으로 찌른다. 둘째, 길이가 긴 무기를 가지고 정면에서 맞서면서 앞 다리를 상처입혀서 움직임을 막는다. 셋째 대량의 못을 박은 판자를 땅에 깔고 밟게 만들어서 발바닥에 상처를 입혀서 움직임을 둔화시킨다."

"예전의 올뮤츠의 공주님에게서 배운 겁니까? 동련의 설희라고 불리고 있는..."

"아아, 아버지에게서 들은 거야. 뭐어, 이 정도밖에 없지만."


애초에, 이 전쟁은 아버지인 울스가 병사를 이끌고 참가할 예정이었고, 티글은 부관으로서 아버지의 보좌를 맡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울스가 출진하기 직전에 병에 걸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티글이 보른 가문의 대표로서 전쟁에 참가한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걱정하여서, 알자스를 떠나기 직전까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가르쳐주었다. 게다가 가보인 활까지 주었다.

지금, 티글이 손에 들고 있는 활이 바로 가보다.


"무훈을 세워오거라"


라고 아버지는 격려해주셨다. 티글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보른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게, 당당히 싸우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창이나 대낫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건 알겠습니다만, 잘 될까요?"


회의적인듯한 표정인 라파닉은 티글에게 아쉬운듯한 얼굴로 말했다.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꽤 희생자가 나올 거야. 게다가, 두 번째 방법은 더 어려울 거고..."


전투 코끼리의 앞다리에 모피를 감은 것은, 이쪽의 공격을 막기 위한 거겠지.

상대방도 대책을 생각하고 있다. 네 배에 가까운 숫자의 우리 군을 상대로 겁을 먹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전투 코끼리 사이에서, 무오지넬군이 나타났다. 전투 코끼리들 앞에, 무언가가 차례차례 놓였다.

그저 반짝일 뿐인, 브륀제의 갑옷이었다.


"뭘 할 속셈일까요?"


라파닉이 목을 갸웃거렸다.

적의 의도를 알아차린 티글은, 목소리를 삼켰다.

전투 코끼리들은, 눈앞의 갑옷을 요령 좋게 코로 들어 올려서, 가볍게 공중으로 던졌다.

공기를 하듯이 공중으로 던지거나, 옆의 코끼리와 갑옷을 교환하기도 했다. 코앞에서 넘어지는 코끼리도 있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공연을, 브륀군이 기가 막혀 하는 얼굴로 보고 있었다.

전투 코끼리들이 갑옷을 일제히 공중으로 던진다. 그리고 떨어지는 것을, 긴 이빨로 무참하게 뚫어버렸다. 구멍이 난 갑옷은, 차례차례 내던져졌다.


"... 값비싼 갑옷을 걸레짝으로 만들다니, 얼마나 인심이 좋은 건지"


빈정대듯 말하는 라파닉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다.

코끼리 조련사들이, 갈고리가 달린 몽둥이로 가볍게 두들기며 신호를 보냈다.

전투 코끼리들이 전진을 시작했다. 브륀의 병사들은 급하게 무기를 들었지만, 이미 대열은 빠르게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 제발, 잘 도망쳐. 라고 마음속으로, 티글은 기도했다.

보른의 병사들만이 아니라 전위에 속해있는 모든 병사들에게 말이다.

전투 코끼리들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기세가 붙었다.

흙먼지가 일어나며, 공기의 진동이 피부에 전해졌다. 피아의 거리는, 3백 알신 이하로 좁혀졌다.

티글은 활을 잡고, 안장에 내걸린 화살통에서 화살 두 개를 뽑았다.

한 대를 입에 물고, 다른 한 대는 활에 시위를 매겼다.

갑작스럽게, 멸시가 담겨있는 여러 시선들을 느꼈다.

브륀 왕국은, 전통적으로 활을 경시한다.


『활은, 검 앞에 설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겁쟁이들의 무기다.』


그런 생각이 뿌리 깊게자리 잡고 있어서, 궁병의 공적은 평가의 대장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티글도 활을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비웃음을 받았고, 매도당해 왔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처럼 긴 무기를 들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동료들과 함께 싸울 마음이 없는 건가?

지금의 티글은 그렇게 보이겠지.

―― 아무렇게나 생각하라지. 마음속으로 내뱉고는, 정면으로 향해 달려오는 한 마리를 노렸다.

바람이, 흙먼지를 뚫었다.

티글들의 정면에 있던 전투 코끼리가, 비명을 내질렀다. 거구를 좌우로 움직이며 울부짖었다.

그 등에 타고 있던 코끼리 조련사가 떨어지며, 흙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티글은 그 모습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입에 물고 있던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날렸다.

전투 코끼리가, 방금전의 배에 달하는 비명을 질렀다.

네 개의 다리가 지면을 격하게 뒤흔들었다. 그리고 양쪽 눈에 각기 화살이 박혀서, 피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활에 능숙한 자가 이곳에 있었다면, 눈을 크게 떴겠지.

현재의 대륙에서는, 활의 사정거리는 최대 250알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화살을 멀리까지 쏘아 보내는 것만 가정했을 때의 숫자였다.

목표에 명중시키려고 한다면, 더 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티글은 250알신 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전투 코끼리의 눈에, 화살을 명중시켰다.

두번째를 쏘았을 때는, 전투 코끼리의 한쪽 눈이 화살에 꿰뚫려서 날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맞췄다.

두 눈을 잃은 전투 코끼리는 비틀거리며, 옆을 지나가려던 다른 전투 코끼리에게 부딪쳤다.

두 마리는 서로 뒤엉켜서 지면을 굴렀다.


"훌륭합니다."


라파닉의 칭찬에, 티글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시선을 좌우로 움직였다. 8마리의 전투 코끼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브륀군의 전위를 향해서 맹렬하게 돌진해왔다.

브륀군 병사들은 긴 무기를 휘두르며 전투 코끼리의 앞다리에 베었지만, 움직임을 멈춘 전투 코끼리는 한 마리도 없었다.




=================================================================================




브륀은... 왜 몇 배의 병력으로 맨날 모랄빵만 당하는거지?


ㄹㅇ..... 작가님이 브륀 싫어하시는 듯.


재밌었으면 밑에 광고 한 번 눌러주쉬는 것도 ㄱㅊ.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