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보




문짝이 걸레가 될 정도로 힘차게 열리며, 아라타가 매서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왜 그러느냐, 아라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살피면서 요시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금 막, 들어온 정보입니다만..."


이라타는 일단 말을 끊고, 미묘한 표정으로 미요를 힐끗 쳐다보았다.

감도는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좋은 소식이 아닌듯, 막연하게 싫은 예감이 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 쿠도 키요카가, 적에게 당해버린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 뭐라고 말한거지?


"주, 주인님이... 어떻게, 된...?"

"그러니까, 쿠도 키요카가 당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적과의 전투에서."


아라타는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고, 요시로는 침묵하며 팔짱을 꼈다.

너무나도 침착한 두명에게, 미요는 본인부터 무자각인채로 공황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읏!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요...!?"


순간, 입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당하셨다고? 당하셨다니 뭐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고, 사고는 헛돌뿐. 하지만 심장은 쿵쿵하며 뛰었고 괴로워서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망연하게 아라타를 보았다.


"상황은 모르겠습니다. 임무중, 적의 공격을 받고, 부상을 당하고... 쓰러져서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거짓말."


무엇이 잘 못되었는가. 믿을 수 없어. 믿고 싶지 않아.


"거짓말이 아닙니다. 확실한 곳에서 얻은 정보니까요."


아라타는 무정하게도, 미요의 중얼거림을 깨끗하게 부정했다.

―― 다시 한 번, 키요카를 만난다. 용서해줄 때까지 사과하고, 그와 이번에야 말로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을 뿐인데.

또, 잃어버리는걸까? 소중한 사람도, 소중한 것도.

잃고, 잃고, 허무해질때까지 끝나지 않는건가? 이 슬픔은.

미요는 기분나쁜 상상을 지워버리기 위해서, 눈꺼풀을 꾸욱, 감아버리고,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이것은 악망. 분명, 그럴거야. 쭈욱 악몽을 꾸고 있을 뿐이야.


'이대로 눈을 뜨기를 기다리면. 그러면, 또――'


저, 따스한 집으로 돌아갈테니까.


"미요."


부름에, 현실로 돌아왔다. 눈꺼풀이 떠졌다. 눈 앞에서 요시로가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우스바 가문의 사람. 여기는 우스바 가문. 미요가 원하는 일상의 풍경은, 영원히 사라져 있었다.


"주인님이 당하셨을리가, 없습니다..."


저 사람은 강하다.

싸우는 것을 본 것은 저 아라타와의 싸움 한 번뿐. 게다가 아라타에게 상처를 입은 모습도 보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고 항상 빛나고 있어서, 그런게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존재는 미요의 세계에 있어서, 말하자면 태양이나 달과 같았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없는 세상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미요는,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 아직 결정된 건 아니야.'


아라타는, 키요카가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라도 매달릴거라고 정했다. 키요카에게서 아직 결정적인 것을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슬퍼만 해서는, 지금 포기해버리면, 과거와 똑같다.

미요는 몸을 비틀거리며, 활짝 열린 문을 통해서 복도로 뛰어갔다.


"미요!"


아라타나 요시로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달리기 시작한 다리는 멈추지 않았다.

계단을 굴러내리듯이 내려와서, 옷을 입은채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미요! 기다려주세요!"


현관문에 손이 닿았지만, 뒤에서 쫓아온 아라타에게 어깨가 붙잡혔다.

숨을 죽였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울먹이는 아라타가 눈에 들어왔다.


"아라타상..."

"가지 말아주세요. 여기에 있어줘요."


무아몽중으로 몸을 움직인 열기는, 점점 낮아졌다. 하지만, 식어서 굳어지지는 않았다. 조금, 냉정해졌다.

간원을 받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건 아니었다. 그의 갑갑함, 분함은 충분히 전해졌으니까. 힘이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그는, 여기서 미요가 없어진다면 다시, 자신의 마음을 죽인채로 살아가겠지.

그럼에도, 미요는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건, 할 수 없습니다."

"왜 그렇죠?"

"저는, 주인님과 있고 싶어요.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꼭 저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겁니까? 저로서는, 부족한 건가요?"


내버려지는 아이처럼, 아라타는 미요에게 매달렸다. 그럴 필요는 전혀 없는데도.

미요는 한 번, 깊이 숨을 쉬었다. 여기서 무너지면, 절대로 키요카에게 닿을 수 없다.


"아라타상이 부족하다뇨, 절대로 아닙니다. 당신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저로서 괜찮은 거죠?"

"... 아뇨. 저는, 주인님이 좋습니다. 다른 사람으로 안 된다는 걸, 여기서 깨달았습니다."


원했던 가족은, 여기서 손에 넣었다. 요시로도 아라타도, 기쁘게 미요를 받아주었다.

과거에는 그저 사이모리 가문에서 도망칠 곳을 바랄 뿐이었다. 평온하게 살 수 있다면 결혼 상대는 아무라도 상관 없다고, 상냥한 사람이라면 최고의 행복이라고. 그러니까 사이모리 가문에 있었을때 우스바 가문에 왔다면, 기쁘게 이곳에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 가문에 있는 것만으로 위화감만 쭈욱 생겼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키요카를 배웅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기모노의 실이 흐트러진 곳을 꿰매고, 시간이 비변 공부를 한다. 밤이 되면, 돌아온 키요카를 마중나가고,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목욕이 끝나면 느긋하게 둘이서 차를 마시는걸 좋아한다.

그것이, 미요가 바라는 행복.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일상.

이 가문에 있는 한, 비교해버리고 만다. 비교할 때마다, 끊임없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이곳은 아니라고. 자신이 있어야할 장소가 아니라고. 있고 싶은 장소가 아니라고.


"승부로 결정된걸 제멋대로 만들어버려서, 죄송합니다. 부탁드립니다. 보내주세요."


깊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시야의 끝에서, 아라타가 주먹을 꾸욱하고 쥔게 보였다.


"저는... 아뇨, 무리입니다. 역시, 이대로 당신을 보낼 순 없습니다."


머리를 흔드는 아라타에게, 초조함을 느꼈다.

―― 한시라도 빨리, 키요카의 곁으로 가야한다. 가는 것만으로 미요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소중한 사람을 잃는건 견딜 수 없었다.

빨리, 빨리 마음만 급해져 갔다.


"다시 여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조금이면 됩니다. 제발, 보내주세요."

"정말로, 안 됩니다... 당신을 붙잡고 싶은 것은 제 뜻입니다만, 당신을 이 집 안에 머물게 하려는 것은 저만이 아니니까요."


그러고보니, 요시로도 말했다. 미요와 키요카를 만나게 두지 않겠다고. 즉, 누군가 미요를 가둬두고 싶어하는... 것일까?

이런 짓을 저질러도, 아무런 이득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되지 않지만.


"저는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주인님에게 갈 수 있다면."

"그러면, 아니... 이렇게 된 이상, 자백하죠. 저는 어떤 사람과 거래를 했습니다."

"거래?"


네에, 라고 답하는 그는, 어딘가 망설이는 것 같았다.

미요는 곧장 아라타와 마주보며, 그가 고백하는 내용을 들었다.


"... 거래의 상대는, 황제입니다."

"엣..."


너무나도 큰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거짓말이죠? 황제라니...'


나라의 정점에 선, 고귀한 분.

대등하게 거래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서운 상대다. 애초에 안면이 있는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존재인데, 이 사촌 오라버니는 상상보다도 더 굉장했다.


"어떤, 거래인가요?"

"... 저는, 당신을 이 집에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쿠도가문의 보호는 만전, 물리적으로도 지위로서도 손을 쓸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폐하께서 불러주셨습니다."


아라타에 따르면, 황제에고 무언가 의도가 있는것 같았다.

이해가 일치한 두명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손을 잡았다.


"그 분은 대이특무소대에서 아주 심상치 않은 귀찮은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하늘의 계시를 받았습니다. 저는 그것을 듣고 이용하여, 쿠도 키요카에게 접촉을 했습니다."

"... 그러면, 저를 보내지 말라고 말한 건"

"폐하입니다. 우스바 가문에 불러들이면, 통지가 올때까지 쿠도 키요카와 만나게 하지 말라고."

"왜, 그런건가요?"

"모르겠습니다. 폐하가 무엇을 하려고하는 것인지,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단지 그 분은, 당신을 우스바 가문의 일원으로 들여오고 싶다는 말을 한 제게 힘을 빌려주셨을뿐..."


아라타는 눈썹을 찌푸리며, 하지만이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폐하는 엄격한 분입니다. 명을 어기면, 당신은 벌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 우스바 가문도, 벌을 받겠죠."


황제를 거스르는 것. 그것이 비록 공식적인 명령이 아니라 할지라도, 용서 받지 못할 대죄겠지. 어떤 벌이 내려올까요?


"저는..."


혼자서만 불이익을 당한다면, 망설일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우스바 가문을 끌어들이는 것은――


"미요. 저는 꿈의 이능자인,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말려들어도 말이죠."

"그래도"


흔들리던 아라타의 눈동자가, 안정되었다.


"당신은 가고 싶은거죠? 쿠도 키요카의 곁으로. ―― 저도, 결정했습니다."

"에..."

"가주세요. 그 대신,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


미요는 예상외의 사촌 오라버니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단지, 그가 함께 따라가겠다는 것은...


"... 괜찮은건가요? 그, 규정은?"


아라타는 곤란한듯 쓴 웃음을 지었다.


"괜찮지는 않습니다. 아마, 우스바 가문의 사람인 것을 들켜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쿠도 키요카를 포기할 수 없듯이, 저도 당신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 그런가요..."

"네에, 게다가, 당신을 혼자 내버려둘 순 없잖습니까?"


미요는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숙였다.

잘 생각해보면, 혼자서는 어디로 가면 되는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가도, 어떻게하면 좋을지 발만 둥둥 굴렸을 것이다.


"... 괜찮죠. 할아버지?"


아라타가 돌아본 곳에는, 요시로가 있다. 복잡한 표정을 짓던 그는, 후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구나. 너도 미요도, 내게는 소중한 손자와 손녀다. 너희들을 응원하는 것도, 할아버지의 역할이겠지."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여, 미요는 아라타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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