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들어가도 괜찮겠느냐?' 라며 미요의 방에 들어온 것은 조부, 요시로였다.

미요가 이곳에 온지, 벌써 4일째.

뭘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먹고, 자고, 아라타와 이야기를 할뿐이었다. 점점 마음은 공허해지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은 느리기도 했고, '앗' 할 사이에 지나가기도 하는, 무척이나 애매모호한 감각이었다.

요시로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벌써 점심에 가까워진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조금 전에, 아침을 먹은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미요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요시로는 '실례'라면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평상시와 같이 아라타가 앉았던 미요의 맞은편에 앉았다.


"늦게 오고 말았구나, 미안하다. 좀 더 빨리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아뇨."


처음 이 집에 왔을때 요시로는 엄격한 인상이 강했지만, 지금은 극히 평범한 노인이었다. 위압감도 전혀 없다. 미안해하는 듯한 모습은 어딘가 의지가 안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여기서, 뭔가 불편한건 있느냐?"

"딱히 없습니다."

"그런가? 뭔가 필요한게 있다면 아라타에게 말하거라. 그 녀석은, 너를 위해서라면 모든것을 받치는 것도 싫어하지 않을 남자다."

"그건, 기쁘지 않아요. 하지만..."


저런 훌륭한 남성이 잘 대해주는 것이, 더 불편했다. 물론, 잘 대해주는 것을 받는 미요에게는 그 마음씨가 더 무거웠지만.

시선을 떨어뜨리고는, 무릎에 놓여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맞장구를 쳤다.


"내가 네게 말해줄 것은 거의 없지. 필요한 것은 아라타가 대부분 말했을테니. 말해 줄 수 있는게 있다면, 스미에 관한것 정도일까."


어머니에 관한 것, 이라며 미요가 입 안에서 중얼거렸다.

자신의 모친에게, 흥미가 없을리가 없다. 단지, 어머니가 미요의 이능을 봉인한 장본인인 것을 알고 복잡한 심경에 빠져 있었다.


"어머니에 관한 것이 아니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저, 역시, 주인님과 만나고 싶습니다... 라는 요망은 이루어질 수 없을까요?"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말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 그런 생각으로 말하자, 요시로는 예상대로 떫떠름한 표정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

츠루키라는 이름에 대한 사정도 알고 있고, 우스바 가문의 당주는 아라타의 아버지가 맡고 있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관리를 하는 것은 요시로다. 즉, 미요의 처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요시로다. 물론, 미요와 키요카를 만나게 할지 말지도, 결정을 내리는 것도 그였다.

그다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미요는 분위기를 눈치채고 침울해졌다.


"나로서는 그 요망을 들어주고 싶지만, 여러가지 주의를 기울여야하지. 게다가, 설령 만나러 간다고 할지라도 아마도 만나지 못할테지."

"에, 어째서...?"

"황제의 계시로, 대이특무소대가 귀찮은 임무를 맡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지금이 한창 바쁜 시기일테지."


그러고보니, 아라타도 키요카에게 앞으로 바빠질거라고 말했다. 그게 바로 이거였었구나.

키요카는 바쁘게 지내고 있는걸까? 집은 유리에가 있으니까 괜찮았으니, 미요의 손은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할때 옆에서 도와주지 못하는게 답답했다.


"눈물을 흘릴만큼, 그 풋내기가 보고 싶었던 것이냐?"


정신을 차리고 볼을 만져보니, 따뜻한 눈물로 젖어 있었다.


"이, 이건, 틀립니...다"

"뭐가 틀린거냐?"

"... 저는 항상 무력하다고 생각하게되면, 한심하게 느껴서..."


요시로는 그저, 그렇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눈물과 함께 진심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중요할 때마다 항성 역부족이었습니다. 저는, 필요할 때에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능력도, 숙녀로서의 소양도 부족해서, 만약 자신에게 그런게 있었다면 손을 뻗을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때는 찾아오고 말았다. 손을 뻗어서 얻을 수 있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나 원했던 이능. 이제와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전혀 기쁘지 않다. 키요카는 이능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사용할 곳도 없다. 이 우스바 가문도 믿을 수 없다. 이래서야 귀중한 이능이, 전혀 무용지물이다.


"과연, 너는 아라타와 조금 닮았구나."

"네?"

"자기 자신에게 힘겨워하고 있구나. 환경과 능력이 어울리지 않으니 말이다. 사실 힘겨워 하는 것은 우리들, 주변 사람들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

"고생했더구나. 좀 더 일찍 사이모리 가문에서 네가 어떤 취급을 당했는지 조사했다면, 그렇게 괴롭게 만들지 않았을텐데."


깊이 머리를 숙이는 요시로. 정식으로 사죄를 받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미요는,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진 말에 몸은 자연스럽게 멈췄다.


"갑자기 가문에 와서, 곧바로 익숙해지는 것은 무리겠지. 하지만, 우리들은 본래, 피가 이어진 가족. 앞으로는 사양하지 말고 의지하려무나."


'의지해줘. 가족이니까.'


하즈키의 말이 떠올랐다. 키요카도, '좀 더 의지해줘, 어리광을 부려줘'라고 말했다.

슬쩍, 연한 어두움이 마음에 스며들며, 고개가 숙여졌다.


"... 갑자기 가족이라고 말하셔도, 곤란할 뿐입니다."

"아아, 그렇겠지."

"아버지와 계모와 여동생을 보면서, 쭈욱 부러워했습니다. 제게도 언제가 저렇게, 같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는걸까?"

"..."

"하지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의지해달라고, 말한다면 어떻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즈키나 키요카에게는 밝힐 수 없었던 생각을, 요시로를 상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이제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마음에 자포자기 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손으론 감당할 수 없는 사고를, 어딘가에 쏟아내고 싶었다.


"옛날, 어머니를 대신한 사용인은 있었지만, 분명 가족과는 달랐습니다. 결혼한다면, 아내가 된다면, 어머니가 된다면, 알수 있을까요? ... 가족이라는 것은, 도대체 뭔가요?"

"..."

"이런 것도 모르는 제게, 모두가, 어이가 없어 했습니다. 주인님도, 화를 내셨습니다."

"그렇구나."

"저, 죄송합니다. 이런, 어찌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버려서."


갑자기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어버리는 일방적인 이야기를 해버리고 말았다. 미요는 견딜 수가 없어서, 너무 부끄러웠다.

하지만 슬쩍 요시로의 표정을 보자, 그는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니, 괜찮다. 네 본심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

"그, 그런..."

"조금, 네 할아버지 같은 말을 전해주고 싶구나."

"...네."

"지금처럼,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 것을 나누는게, 가족이 아니냐?"


'나눈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는 이제, 혼자서는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하게 되버렸지. 그렇기 때문에 쏟아낸 것이다.."

"네, 네에..."

"즉 이런 것이지. 의지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의미가 아니란다. 혼자서 들기에는 무거운 짐을, 어느정도 가져와 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단다.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는 괴로움을 위로하며, 모든것이 끝났을때 비로서 기쁨을 함께 누리는 것이지. 이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가족이란다. 어이가 없어해도, 화를 내게 만들어도 괜찮다. 어지간해서는, 가족이라는 끈은 부숴지지 않으니까."

"... 어머니가 가문을 나갔을 때도요?

"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어머니. 그런 그녀가 반강제로 사이모리 가문에 시집을 갔을 때, 분명 우스바 가문은 그녀에게 상당히 화가 났을 것이다.

요시로는 턱에 손을 대고는, 조금 생각했다.


"확실히, 엄청나게 화가 났었지. 그 때는 소중하게 키워왔던 딸을 사이모리 따위에게 빼앗겨서,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말이지. 이 불효녀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했었지."

"어머니를, 싫어하게 되버린게 아니셨나요...?"

"싫어하진 않았다. 용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던만큼, 스미는 내게 있어서 중요했었다. 물론, 의절하고, 완전히 인연을 끊어버리는 부모도 있지. 하지만 만약 내 아이가 상처를 받고, 고통을 겪고 있다면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쪽도 행복한 기분이 되겠지."


아아, 그런 것인가, 하고 미요는 납득했다.

미요에게 지금까지,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해주는 존재가 없었다. 항상 외톨이였고, 감정은 자신 안에서 소화해야만 했다.

키요카도 말했었다. 그에게 있어서, 하즈키는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존재라고.


"미요, 나는, 네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단다."

"에..."

"그 때 스미가 시집을 가서, 우리들은 살아갈 수 있었고, 네가 태어났다. 그리고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정말로 행복하구나."

"...읏"


요시로의 눈이 빛나는 것을 발견했을 때, 미요는 그가 진심으로 그렇게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꿈의 이능은 귀중하고 소중하니까, 라는 이유도 물론 있겠지. 하지만, 아마 그 이상으로, 그들은 미요를 처음부터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주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만나고 싶다고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감사, 합니다."

"괜찮단다. 감사를 하는 것은 오히려 이쪽이다. 미요, 너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구나."

"네, 저도... 저, 그래도"


말하고 있는 사이에 깨달았다. 역시 미요는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

가족이 되고 싶다고, 바라는 상대가 있다. 서로의 짐을 짊어지고, 버팀목이 되어주면서,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미요는 무심결에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여지없는 흉보가 날아온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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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 우린 가족이잖아!


현실 : 시X 가족이란 새끼들이!


이상 : 우린 가족의 끈으로 이어져있어!


현실 : 형님 돈 빌려갔으면 내놔야죠 부모님 유산은 제가 더!


ㅎㅈ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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