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출처 : http://www.pixiv.net/member_illust.php?mode=medium&illust_id=61679718 )





프롤로그


잠시 눈을 붙이자 누군가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것은 슬픔과 ㅡㅡ 그리고 구원의 이야기를 담은 꿈이었다.

이것은 누구의 꿈인가? ㅡㅡ 나?

아니... 이것은....


◆◇◆◇◆◆◇◆◇◆


ㅡㅡ아아... 이제 세계가 구해졌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내 가슴을 뚫고나온 은빛 날카로운 쇳덩이를 발견했다.


"...에?"


놀라서 그런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에? 어째서?

더 재치있는 대사가 나오지 않았던걸까 이런때 말이다.

이런 정도면 신이 날 좀 도와서 멋진 대사를 할 수 있게 해줘야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도 알고 있었다. 어쩔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이가 없었다. 깜짝 놀라서 눈위 튀어나올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몇년이나 지속된 전쟁 가운데 많은 지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는 친구도 있었고, 결혼하려고 청혼한 상대도 있었다.

처음에 우리는 절대로 죽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어쩔 수 없을정도로 뭐든지 할수 있다고 느꼈다. 지금 생각해본다면 틀림없이 기분탓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엄청나게 밝은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면서 들뜨고 있었다.

우리는 절대로 패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어느 날 영웅이 전설의 무기를 가지고 우리나라에 나타나다니, 마치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었다.

용사, 성녀, 대마도사, 정령와.

기대하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기대했었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그들이 싸워도 병사는 죽었다.

메루로도 히루티스도 켈케이로도 이제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못했다.

나만 보기 흉하게 살아남아서 마지막 순간까지 달려왔다.

복수심만 내세우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용사가 성검으로 인류의 비원을 달성하는 것을.

압권이었다.

빛나고 있었다. 용사도 칼도 분위기도 말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ㅡㅡ 아, 이제 세상이 구해졌다.

그래서 몰랐다.

이런 곳에서 적의 잔당의 검에 찔리다니.

나 세계 국가 연합 마왕 토벌군 병사 존 세리아스 깔끔하고 산뜻하게 죽었다고.

하하. 웃기지도 않는군.

그렇게 생각하는동안 기억이 끊겼다.

그로부터 잠시 후 희미한 의식을 되찾은 나는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의 그것은 ㅡㅡ 오랜 꿈이었는지 모른다고.

하늘의 어두운 세계는 암흑.

사람은 죽고 마가 활보하는 그런 시대의 슬픈 꿈을, 그래 모든 것은 거짓이고 꿈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눈을 뜨는 순간 나는 그것이 꿈이 아니라고 느꼈다.

알고 말았다.

그 일은 분명히 존재했다.

사실이다.

마치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꿈으로 밖에 생각하고 싶지 않은 괴롭고 아픈 기억은 분명히 있었던 일이었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 구원이기도 했다.

아니라면 나는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싸우고 죽어간 동료들에게 목숨을 걸고 지킨 사람들에게 그리고 약한 주제에 어디까지나 죽기 살기로 공부한 자기 자신에게도.

그래 그것은 있었던 일이다. 분명히 존재했던 일이다.

나는 그 전설의 영웅들에게 인솔되어서 마왕성에 돌입하여 용사가 마왕을 쓰러뜨리는 것을 목격하고 그 잔당에게 깔끔하게 살해당했다.

그것이 과거 존재하던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눈앞에 들어오는 광경에 더 의아함을 느꼈다.

ㅡㅡ 왜 마왕군에게 파괴된 우리 집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 ◆ ◇ ◆ ◇◇ ◆ ◇ ◆ ◇◇ ◆ ◇ ◆ ◇


"ㅡㅡ존? 왜그러니? 마치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신기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젊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이 소꿉친구처럼 느껴지는 그런 상대는 아니었다.

이 사람은 그 전쟁이 시작된 뒤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잔잔하게 웃고 있는, 이 사람은 나의 어머니..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라니 그림이라도 남겨두지 않으면 어떤 얼굴이였는지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 외에 옛날부터 아는 사람의 이야기로 밖에 들을 수 없지만 실제로 이렇게 보니 놀라웠다.

ㅡㅡ 젊었을때는 이렇게 예뻤구나!

살찐 어머니로부터 여러 차례들은 옛날 이야기는 귀에 담아두지도 않았다. 철이 들어서 남아 있는 기억속의 어머니는 상당한 체중을 자랑하고 있었다.

현실에 적응하면서 그렇게 되었던 것일 것이다. 예전에는 왕도에서 활동하던 거상의 막내딸이라고 들었었다.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몇년만에 저런 미인에서 변해버리다니 상상을 하니 한숨이 나왔다.


"...? 이번에는 꽤나 염세적인 얼굴을 하고있네...? 이 나이의 아이가 이렇게 표정이 풍부했었나..? 뭐 됐어요. 존 이제 밥먹을 시간이에요."


그러면서 그녀는 입고 있는 옷의 풀어해치고는 앞가슴을 드러냈다.

왜 그것이 밥이냐고?

그거야 물론.


"...부우..."


내가 아기라서 그래...


◇ ◆ ◇ ◆ ◇◇ ◆ ◇ ◆ ◇◇ ◆ ◇ ◆ ◇


그것을 깨달은 것은 눈을 떴을 무렵이었다.

자신의 몸의 불편함 ㅡㅡ 움직이지 않는 목, 힘이 들어오지 않는 손발 ㅡㅡ 은 내가 마왕군에게 검에 찔렸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후유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눈은 보였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도 보였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이 병원이고 나는 환자라고 생각했었다.

중증 환자는 전쟁의 후히가 되면 거의 대부분의 전장의 순리대로 그 자리에서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일개 병사에 불과한 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검에 찔려서 정신을 잃은 나의 운명도 정해졌다고 생각했었지만, 따지고보면 그런 대응은 물자도, 인원도 없고 환자를 간병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극한상황이였기 때문에였다.

마왕이 용사에게 쓰러졌다면 그런 죽음을 맞이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현제 인간의 수는 너무나 많이 줄어들었다.

젊은 남성은 모두 징병되었고, 그들의 끝은 행운이 없다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이 시작된 뒤 인구는 감소만할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는 죽어가고 있었다.

즉, 죽어가는 젊은 남자는 아까운 존재라는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사람을 늘리는 것이 국가로서 필요하게 되는 이상 비록 나 같은 병사라도 죽일수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마왕의 성으로 진군하면서 우리 세계 국가 연합 마왕 토벌군은 값비싼 무기와 약제를 대량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병사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전력을 쏟아 부었다. 물다조 병력도 상황도 이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인류는 종말을 맞는다는 일념으로 모았다.

이제와서 전설급의 아이템이라고 할지라도 패배한다면 더 이상 그 가치가 없게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용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쏟아 부었다.

뭐, 그런 의미에서 한계에 가까웠던 것은 마족도 마찬가지였다.

즉, 나에게는 그런 매우 값비싼 효력이 높은 약재가 투여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죽지 않고 끝난것이라고...

3급 포션이라면 평시라면 금화를 몇개라도 주고살 수 있을 물건이였는데 이 전투를 앞두고 믿기지도 않을 정도의 양이 모였었다.

이제 마족과의 전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병사인 나에게도 쓸수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앞으로 몇일이 지나면 일어날 수 있을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식사때 어딘가 낯익은 처녀가 ㅡㅡ 즉 나의 어머니가 "밥이야. 존."이라고 하면서 몸을 들었을때 깨달았다.

나의 몸이 그렇게 가벼울까?

그런 의문이 발생하는 동시에 여러가지 혼란이 찾아왔다.

눈 앞의 아가씨는 누군가를  닮지 않았냐고

너무나도 닮았다.

눈매가 흡사했다.

아니, 조금 더 통통하다면 나의 어머니와 비슷...?

지금 내가 있는 이 방 어딘가 낯설지가 않았다.

병원이라는 느낌도 아니였고, 아까 어필 본 그림은 확실히 집에 장신된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해도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눈 앞에 있는 아가씨는 확실히 어머니와 비슷하지만 너무 젊었고, 방도, 집도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만들어 놓은 집안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비슷하지만 역시 다른다고 현실에서 도피하는 마음으로 부정하고 있었지만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방에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

발소리를 들어보니 아마 남자일 것이다.

그 사람은 방 앞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대체 누가 왔는지 나는 시선을 문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여기는 ㅡㅡ 여기는 뭐라고 할것 없이 우리집이라고...

"아. 그 아이가 존? 에미리! 내가 안아볼래!"

그 말을 한 남자.

그 시선은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과연 '존'은 분명히 나를 향해 말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운 얼굴.

전쟁 초기에 요새 전투에서 전사한 그 남자.

그것은 나의 아버지 ㅡㅡ 앨런=세리아스였다.

"어머. 앨런. 꽤나 빨리 돌아왔네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하고 미소지었다.

잃어버렸던 풍경.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행복에 나는 눈물을 막을수가 없었다.

"....우에ㅡ에에엥!"

"어, 어라! 왜 내 얼굴을 보고 우는거야!"

"당신의 얼굴이 너무 무서워서 그래요... 곰 같아서 그런걸거에요."

"그럴리가! 나는 아버지라고!"

"아버지라고해도 곰은 곰이죠. 무서워~"

"당신까지..."

"후후. 존. 울지마렴. 네 아버지란다."

"그래! 네가 태어났다고 휴가를 받고 왔다고! 울지 말고 웃어주렴."

두 사람은 즐겁고 행복하게 나를 달래고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잃어버렸던 추억이 여기에 있었다.

어떤 기적이 일어났던 사실은 내 손에 있었다.

문득 난 내 손을 살펴보았다.

둥글둥글한 손이다.

칼을 들고 흔들고 피멍이 들었던 그 굳은 손이 아니라 푹신푹신한 머쉬멜로우 같은 손이 있었다.

어머니가 쓰다듬고, 아버지도 유리 세공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만졌다.

가족의 촉감이 느껴졌다.

어머니의 손은 상냥했고, 아버지의 손은 과거 나의 손처럼 단단했다.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국경에 가까운 마의 숲을 수호하기 위한 요새의 수호자로서 그 삶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냈던 사람이었다.

부지런하며, 칼 솜씨도 뛰어났으며, 명망도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잡기 위해서 군인이 되었다.

나는 이 사람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었을까?

그런 감정이 용솟음쳐올랐다.

"....바부..."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이런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어쩔수가 없었다. 나는 아직... 말하지 못한다. 그런 나이 때문이다.

다만 언제가는 말할 수 있을것이다.

과거 병사로 지냈던 나의 일생은 평생 군인으로 지냈던 당신과 비교하여서 부끄럽지 않았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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